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“ 책이랑 먼 사람이 여기엔 무슨 일이야? ”

도서관을 기웃거리며 들어온 팬텀에게 물었다. 내 목소리에 팬텀은 씩 웃으며 자신의 목에 걸린 학생증을 흔들어보였다. 책이라도 빌리려고? 웃음기가 잔뜩 들어간 내 목소리에 팬텀이 어깨를 으쓱했다. 마음의 양식을 가득 쌓은 남자가 더 매력적이니까. 팬텀다운 대답이었다.

 

아무런 책이나 골라 들고 온 팬텀이 내 옆에 자리한다. 어차피 읽지도 않을 책이라 아무 책이나 골라 온 것 같았다. 흘끗 주었던 시선을 거두고 책을 읽다보면, 종이를 한 장 넘기고 넘어오는 손가락을 쳐내고, 다시 한 장 넘기고 꼬물꼬물 넘어오는 손가락을 쳐내기 바쁘다. 꼬물꼬물 넘어오던 손가락이 이제는 갯수를 늘려 넘어온다. 커다란 손등으로 읽고 있던 페이지를 덮어버린 팬텀이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이 느껴졌다. 그럼 그렇지. 네가 책을 읽을 리가.

 

“ 책 읽으러 온 거 아니었어? ”

“ 널 읽으러 온 거지. ”

“ 그런 건 널 보며 꺅꺅대는 여자아이들에게나 해. ”

 

자신의 얼굴을 들이미는 팬텀을 손으로 밀어내곤 책을 덮어 일어났다. 가려고? 등 뒤로 닿는 말을 무시하고 다른 책장으로 향한다. 다른 책장으로 가는 길에 시선을 돌려 본 창밖은 해가 어둑어둑 지고 있었다. 따스한 주황빛을 눈 안에 가득 담고 시선을 다시 책장으로 돌리면 눈에 남은 주황빛이 책장에 아른거렸다.

 

책을 하나 골라 빼내면 반대편 책도 하나 빠졌다. 책의 딱딱한 표지들끼리 포개어지는 소리가 났다. 내 쪽에서 책을 하나 빼내면 반대편에서도 하나 빠졌다. “ 프리드. “ 하고 작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. 반대편에서 손이 쑤욱 나와 책장에 올려둔 손등을 톡톡 친다. 손을 조금 더 깊숙이 밀었다. 내 손등을 톡톡 치던 손가락이 손가락 끝을 한 번 톡 치고는 밑으로 쑥 들어온다. 눈치 보듯 살살 껴오는 손깍지가 제법 컸다.

 

“ 네 쪽으로 가도 돼? ”

“ 오지 말라고 해도 올 거잖아? ”

“ 그건 그렇지. ”

“ 그러면 얼른 와. ”

 

반대편에서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렸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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